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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경 기자의 세상에 모든 이민법] 16편 - 미국 원정출산 규제, 이제 임산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희 이민법인 대양 소속 4명의 미국변호사들이 나비 넥타이를 멘 이유는 과거 ‘빠삐용’이라는 영화를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자유를 찾기 위해 끝없는 탈출을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합니다. 그 장면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또 다른 세상을 갈망하고, 자유에 대한 소망을 품는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와 또 다른 세상에서의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인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과거 술자리에서 “너희가 이민을 알아..”라고 말하며, 잘못된 법률 자문을 받아 힘겨운 시간을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민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정확한 기준과 방향을 잡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에 이민전문 미국변호사 4인을 만나, 미국이민의 다양한 경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자가 혼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상담과 실제 케이스에서 반복되는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시리즈로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 사진좌측부터/ 이민법인 대양 소속 ‘차민선미국변호사, 정지혜미국변호사, 백지원미국변호사, 정유주미국변호사’ 장익경기자
▲ 사진좌측부터/ 이민법인 대양 소속 ‘차민선미국변호사, 정지혜미국변호사, 백지원미국변호사, 정유주미국변호사’ 장익경기자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른바 ‘원정출산’은 오랫동안 한국에서도 익숙한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가 원정출산에 대한 규제를 한층 확대하면서 이제는 미국에서 출산하려는 임산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미 국무부는 2026년 9월 23일 원정출산에 관여하거나 이를 알면서 지원하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미국이민 비자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상업적인 원정출산 알선업체의 소유자와 운영자, 비자 신청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도하는 이른바 ‘비자 브로커(visa fixer)’, 원정출산을 알면서 지원하는 외국 의료인 등이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일정한 가족 구성원까지 비자 제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정책은 아니다. 미국은 2020년부터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미국에서 출산하기 위해 B 방문비자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2026년 8월에는 ‘Ending Birth Tourism’ 행정명령을 통해 원정출산을 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책의 범위를 넓혔다.

그렇다면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원정출산 규제는 실제로 어디까지 적용되는 것일까. 임신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방문이 제한되는 것인지, 원정출산 목적의 입국을 도운 가족이나 지인, 과거 관련 행위에 관여했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달라지고 있는 미국의 원정출산 규제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Q1.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불법인가요?

답: 차민선 미국변호사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비자를 받을 수 없거나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 국무부는 2020년부터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미국에서 출산하기 위해 B 방문비자를 이용하는 이른바 ‘birth tourism’을 허용되는 방문 목적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출산과 별개로 치료 등 정당한 의료 목적이 있다면 별도의 기준에 따라 비자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자 신청 단계에서는 미국 영사가 치료 내용과 예상 비용, 비용 부담 능력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실제 미국 입국 시에는 CBP 입국심사관이 방문 목적과 체류계획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결과 자체보다는 미국을 방문한 실제 목적과 비자 신청 및 입국 과정에서 그 목적을 사실대로 밝혔는지에 있습니다.

Q2.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답: 정유주 미국변호사

가장 큰 변화는 규제의 초점이 원정출산을 위해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에서 이를 알선하고 지원하는 사람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8월 발표된 ‘Ending Birth Tourism’ 행정명령은 원정출산을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행위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이 그러한 목적으로 입국하도록 돕는 행위까지 정책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어 9월 23일 미 국무부는 새로운 비자 제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적용 대상의 구체적인 예를 제시했습니다.

상업적인 원정출산 알선 네트워크의 소유자·운영자·관리자, 비자 신청자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도하는 이른바 ‘visa fixer’, 원정출산 여행이나 Medicaid의 부정사용을 알면서 이를 돕는 외국 의료인 등이 포함됩니다. 그 밖에도 상업적인 원정출산을 지원하거나 가능하게 하는 사람에게 비자 제한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에는 “이 사람이 출산을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 하는가”가 주된 문제였다면, 이제는 “누가 이러한 원정출산을 계획하고 알선하고 가능하게 했는가”까지 미국 정부가 들여다보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의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Q3. 원정출산 업체를 이용하면서 관광이라고 말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답: 백지원 미국변호사

원정출산 문제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허위진술입니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아온 원정출산 사례에는 단순히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상업적인 업체가 비자 신청자에게 실제 여행 목적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하도록 지도한 경우가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미국에서 출산할 계획을 세우고 병원이나 숙박시설 등을 준비해 놓고도 비자를 신청하면서 여행 목적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했다면 별도의 이민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모두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 공항이나 국경에서 이루어지는 입국심사는 비자 발급과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에 입국 과정에서도 여행 목적에 관한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비자와 입국심사에서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고의적인 허위진술이 향후 다른 비자나 이민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말하면 입국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제 방문 목적과 상황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가족이나 지인이 미국 출산을 도와준 경우에도 비자 제한을 받을 수 있나요?

답: 정지혜 미국변호사

이 부분은 현재 정책에서 가장 주의해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9월 23일 국무부 발표에서는 원정출산에 직접 참여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facilitate’, 즉 가능하게 하거나 지원한 사람도 비자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정한 가족 구성원도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발표만으로 모든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의 도움부터 ‘facilitate’에 해당하는지, 과거 행위는 얼마나 오래 전까지 보는지, 어떤 증거를 통해 관여 사실을 판단하는지, 이미 발급받은 비자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무부가 언급한 ‘certain family members’의 정확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은 현재 발표만으로 명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족이 병원을 알아봐 주거나 숙소 예약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비자 제한 대상이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상업적인 원정출산 계획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알선하거나 허위 비자 신청을 도왔다면 최근 정책에 따라 문제가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앞으로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의 구체적인 시행지침과 실제 비자 심사 사례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Q5. 과거 미국에서 원정출산을 한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 미국 비자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답: 차민선 미국변호사

이번 정책에서 눈여겨볼 표현 중 하나가 ‘have engaged in’입니다. 국무부가 현재 원정출산에 관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과거에 관여한 사람도 정책 대상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행위라고 해서 무조건 현재의 비자 심사와 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비자 제한이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당시 미국에 입국한 목적과 사용한 비자의 종류, 비자 신청과 입국 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진술했는지, 상업적인 원정출산 업체가 관여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비자 신청이나 입국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적이 있다면 새로운 비자를 신청하기 전에 당시 기록과 현재 신청서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정책 방향을 보면 원정출산을 단순히 임산부 개인의 여행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알선하고 수익을 얻는 상업적인 네트워크와 허위 비자 신청까지 함께 규제하려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미국 출산 경험이 있거나 관련 사업이나 알선에 관여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비자를 신청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 이력과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스크 한마디

한때 미국 원정출산은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은 달라지고 있다. 2020년에는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방문비자를 이용하는 것을 제한했다면, 2026년에는 원정출산을 계획하고 알선하고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까지 규제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비자 제한 정책은 원정출산 업체의 운영자와 비자 브로커, 이를 알면서 지원하는 일부 의료인 등 원정출산을 둘러싼 상업적인 네트워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일정한 가족 구성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어디까지가 단순한 도움이고 어디서부터 규제 대상이 되는 ‘지원’인지, 과거의 행위를 어느 범위까지 문제 삼을 것인지 등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분명한 것은 미국 비자에서 중요한 것은 비자를 받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제 방문 목적과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원정출산을 개인의 선택만으로 바라보던 시대에서, 그 선택을 둘러싼 알선과 허위신청, 상업적인 네트워크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시대로 미국의 정책이 움직이고 있다. 그 변화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이민법 나침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