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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경 기자의 세상에 모든 이민법] 18편 - 미국이 한국 기업의 기술을 원한다, B-1 ‘전문 트레이너’를 분석한다

“저희 이민법인 대양 소속 4명의 미국변호사들이 나비 넥타이를 멘 이유는 과거 ‘빠삐용’이라는 영화를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자유를 찾기 위해 끝없는 탈출을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합니다. 그 장면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또 다른 세상을 갈망하고, 자유에 대한 소망을 품는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와 또 다른 세상에서의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인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과거 술자리에서 “너희가 이민을 알아..”라고 말하며, 잘못된 법률 자문을 받아 힘겨운 시간을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민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정확한 기준과 방향을 잡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에 이민전문 미국변호사 4인을 만나, 미국이민의 다양한 경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자가 혼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상담과 실제 케이스에서 반복되는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시리즈로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 사진좌측부터/ 이민법인 대양 소속 ‘차민선미국변호사, 정지혜미국변호사, 백지원미국변호사, 정유주미국변호사’ 장익경기자
▲ 사진좌측부터/ 이민법인 대양 소속 ‘차민선미국변호사, 정지혜미국변호사, 백지원미국변호사, 정유주미국변호사’ 장익경기자

미국이 제조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전력기기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산업을 다시 미국 땅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공장은 지을 수 있어도, 그 공장을 돌릴 장비와 공정을 다룰 줄 아는 숙련 인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배경에는 자본뿐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까지 함께 들여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 현지 생산은 관세와 공급망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다. 미국은 기술을, 한국 기업은 시장을 얻는 이른바 윈윈 구조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걸림돌이 있었다. 2025년 9월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대거 구금된 사태는 장비를 설치하고 현지 인력을 가르치러 간 기술자들의 비자가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이후 한미 양국은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을 꾸려 해법을 논의해 왔다. 미 국무부는 2025년 12월 외교업무매뉴얼(FAM)의 B-1 항목에 ‘전문 트레이너(Specialized Trainer)’를 새로 추가했고, 2026년 1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워킹그룹 3차 협의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그렇다면 전문 트레이너는 누구를 위한 항목일까. 기존 B-1과는 무엇이 다를까. 이 항목으로 미국에 가면 어디까지 일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2026년 기업 출장의 새로운 선택지가 된 B-1 전문 트레이너 항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Q1. B-1 ‘전문 트레이너’는 어떤 항목이고, 왜 새로 생겼나요?

답: 정유주 미국변호사

전문 트레이너는 해외에서 들여온 장비나 기계, 공정에 관한 전문적이거나 독점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미국 근로자에게 교육하고 이전하기 위해 미국을 단기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B-1 항목입니다.

미 국무부는 2025년 12월 4일 외교업무매뉴얼 9 FAM 402.2-5(E)(2)에 이 항목을 별도로 신설했습니다. 이 항목으로 비자가 발급되면 비자 주석란에 ‘B-1 SPECIALIZED TRAINER’라고 표기됩니다.

신설 배경에는 조지아 사태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여와도, 그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결국 한국 본사나 협력사의 기술자들입니다. 이들이 현지 인력을 가르치는 활동이 어떤 비자로 가능한지가 불분명했던 부분을 정리한 것입니다.

결국 이 항목은 미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와 함께 기술과 노하우를 미국 근로자에게 이전받겠다는 정책 방향을 비자 제도에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2. 기존 B-1으로도 장비 설치나 교육은 가능하지 않았나요?

답: 차민선 미국변호사

일부는 가능했습니다. 기존 B-1에도 해외 회사로부터 구매한 장비를 설치, 점검, 수리하거나 그 장비에 관해 미국 근로자를 교육하는 활동이 허용돼 있었습니다.

다만 기존 규정은 교육이 장비 구매계약에 딸린 설치나 수리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계약서에 해당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지, 장비를 판매한 회사의 직원인지 등이 쟁점이 되곤 했습니다.

전문 트레이너 항목은 이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설치나 수리 계약이 없더라도 해외에서 들여온 장비나 공정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자체를 독립된 방문 목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육 목적 출장을 허용하는 일반적인 ‘교육 비자’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근무해야 하는 인력이라면 여전히 E-2, L-1, H-1B 등 취업이 허용되는 비자를 검토해야 합니다.


Q3. 누가 전문 트레이너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답: 백지원 미국변호사

현재 공개된 기준을 보면 크게 네 가지를 갖춰야 합니다.

첫째, 미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고유한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미국 방문이 일시적이어야 합니다.

셋째, 해외에서 들여온 장비, 기계, 공정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넷째, 미국 측으로부터 급여 등 보수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급여는 한국 회사가 계속 지급하고, 미국에서는 출장 경비 정도만 지원받는 구조여야 합니다.

특히 장비나 공정이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점은 반드시 서류로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 회사와 미국 측 사이의 장비 공급계약서나 기술 제공 계약서, 그리고 해당 장비가 실제로 해외에서 선적돼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하증권(Bill of Lading)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입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내용과 교육 목적, 기간을 정리한 자료, 신청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자료, 한국 회사의 출장명령서와 급여 지급 확인 등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국무부가 말하는 ‘해당 프로젝트(qualifying project)’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의돼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심사에서는 영사와 입국심사관의 판단 여지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Q4. 전문 트레이너로 입국하면 현장에서 어디까지 일할 수 있나요?

답: 정지혜 미국변호사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전문 트레이너도 여전히 B-1, 즉 단기 상용방문 비자이지 취업비자가 아닙니다.

미국 근로자에게 장비 운영법이나 공정 관리 기법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접 생산라인에 들어가 제품을 만들거나, 미국 법인의 공석을 채우거나, 일상적인 운영을 지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는 이 경계가 쉽게 흐려질 수 있습니다. 교육 중에 시범을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작업을 대신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출장 전에 교육 일정과 대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입국심사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비자를 받았더라도 공항에서는 CBP 입국심사관이 방문 목적을 다시 확인하고, ‘SPECIALIZED TRAINER’ 주석이 있으면 추가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ESTA로도 같은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현장마다 해석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주석이 기재된 B-1 비자를 받아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안정적인 방법입니다.


Q5. 기업은 이 항목을 어떻게 활용하고 준비해야 하나요?

답: 정유주 미국변호사

먼저 미국에 보내는 인력을 성격별로 나눠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몇 주에서 몇 달간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돌아오는 기술자라면 전문 트레이너 항목을, 미국 법인에서 실제로 근무하며 생산이나 관리를 맡을 인력이라면 E-2나 L-1을 검토하는 식입니다.

서류의 일관성도 중요합니다. 미국 법인의 초청장, 한국 회사의 출장명령서, 비자 신청서(DS-160), 인터뷰 답변이 모두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와 선하증권에 나타난 장비, 프로젝트, 일정도 이들 서류와 서로 맞아야 합니다.

출장 이후 기록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 일지나 참석자 명단 같은 자료는 다음 출장이나 향후 비자 신청에서 실제로 교육 목적의 방문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국대사관 내 대미 투자기업 전담창구를 운영하는 등 비자 절차 개선을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부 운영 기준이 더 구체화될 수 있으므로, 출장 전마다 최신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전문 트레이너 항목은 한국 기업의 기술 인력이 미국 근로자를 가르치러 가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준 것입니다. 다만 ‘가르치러 간다’는 목적이 서류와 현장 활동 모두에서 일관되게 유지될 때 비로소 그 길이 안전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데스크 한마디

미국의 제조업 재건은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공장을 움직일 기술과 사람을 함께 들여와야 비로소 완성된다.

B-1 전문 트레이너 항목은 미국이 한국 기업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투자와 함께 기술을 가져오고, 그 기술을 미국 근로자에게 전수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게는 조지아 사태 이후 불안했던 기술 인력의 출장에 하나의 제도적 근거가 생긴 셈이다. 다만 이 항목 역시 취업비자가 아니라는 점, ‘가르치는 일’과 ‘직접 일하는 일’ 사이의 경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