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POST

美법원 “1억5000만원 전문직 비자 수수료 위법”…트럼프 정책 또 제동

│“의회 승인 없이 H-1B 수수료 100배 인상 안돼”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법원이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 100배 인상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세금이라며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H-1B는 고학력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기업에 취업할 때 필요한 비자로, 한국 인재들도 해당 비자 수요가 매우 높아 수수료 인상 및 취업 위축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외국인과 해외 상품의 유입을 막는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이민 및 관세 정책이 잇따라 위법 또는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트럼프 2기 대표 정책들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 “대통령은 세금 매길 권한 없어” 지적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매사추세츠연방지법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기존 최소 1000달러(약 152만 원) 수준이던 H-1B 발급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 5200만 원)로 인상한 것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 20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을 맡은 리오 소로킨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자금(수수료)은 세금에 해당하는데 세금의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국무부와 이민국(USCIS)이 이를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H-1B가 싼 값의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데 악용돼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수수료를 100배 수준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에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면서 신규 H-1B 발급 신청이 급감했다.

이에 각지에서 소송이 이어졌는데,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가 워싱턴DC 연방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기각 결정이 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매사추세츠 법원에서 반대로 위법 판결이 난 것이다. AP통신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에서도 종교 및 노동 단체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세 곳의 항소 법원에서 각각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백악관은 법원 결정에 불복하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모든 유형의 외국인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며 “수수료 인상은 명확한 법적 권한의 행사”라고 주장했다. 또 “이후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 우선주의’ 정책 줄줄이 좌초



이 같은 행정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법부는 이른바 ‘의회 패싱’ 논란을 일으킨 각종 트럼프표 정책에 대해 줄줄이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해외 상품 유입을 막는 트럼프 2기의 대표 간판 정책이었던 ‘상호 관세’ 및 ‘글로벌 관세’는 이미 올 들어 관세법상 재량권 남용에 따른 위법 판결로 무효화 됐다. 이란, 이라크 등 이른바 39개 ‘문제 국가’ 출신 이민·망명자에 대한 심사 중단 정책 역시 올 4월 법원으로부터 “대상국 선정이 자의적이며 적법 절차 또한 따르지 않아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도 하급심에서 패소 후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출생 시민권은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보장된 권리로, 부모의 신분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부모가 영주권이 없거나 불법 체류자인 경우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최근 열린 대법원 변론에 직접 참석하며 승소 의지를 보였다.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