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미 의회, 3년치 이민단속예산 처리…트럼프 ‘추방 작전’ 돈줄 확보

7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위치한 델라니 홀 이민구금센터 밖에서 교대 근무 중이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이 구금센터에선 수감자들이 열악한 구금 환경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 연대한 지역사회의 항의 움직임도 커져가고 있다. 이 시설은 사설 교도소 운영 업체인 지오(GEO) 그룹이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사설 교도소 업체들은 이민단속국과 계약을 맺고 수감자 1명당 일정 비용을 지급받아 수익을 낸다. AFP연합뉴스
미국 이민단속기관에 앞으로 3년간 약 700억달러(약 106조2600억원)를 지원하는 예산안이 9일(현지시각) 미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핵심 공약인 미등록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을 추진할 재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214표 대 반대 212표로 이 예산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음에도,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당론을 모아 예산안을 가결시켰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민단속국)에 380억달러, 국경순찰대에 260억달러를 배정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해 예비비 50억달러도 편성했다. 이 예산안은 지난 5일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날 하원까지 통과하면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매년 처리했어야 할 예산 3년치를 미리 한번에 받아오게 돼, 연간 100만명을 추방한다는 목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의 조디 아링턴 예산위원장은 “3년치를 한번에 처리해 다시는 이런 상황(예산 교착)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단속 요원들이 민간인들을 사살한 사건 뒤, 이민단속 방식을 문제 삼으며 단 한 푼도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고 버텨 왔다. 민주당이 국토안보부 예산 처리를 거부하며 국토안보부는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를 겪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주요 정부 기관 예산안을 처리하던 정상적인 초당적 예산 편성 절차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의회가 예산 합의에 실패할 때마다 이런 방식이 일상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화당 내 반발을 수용하면서 가결될 수 있었다. 최근 백악관이 새 연회장 조성 예산으로 10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것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 비자금’ 의혹에도 18억달러 규모의 사법피해자 기금 조성을 밀어붙이는 점 등이 공화당 내에서도 논란이 되며 당내 분열이 이는 상황이었다. 하원 구도상 공화당에서 단 한표만 이탈해도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관이 예상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이번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철저한 당내 단속에 나서는 한편 공화당 지도부가 연회장 예산은 삭제하고 사법피해자 기금 문제에도 선을 그으면서, 이민 단속 예산에 집중하자는 당론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에이피(AP)통신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이 민주당과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이민 단속 의제를 밀어붙이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국경 안보를 위한 예산은 진작 처리됐어야 했는데, 공화당 혼자 감당해야 했단 사실이 안타깝다”며 민주당을 겨눴다. 반면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트럼프의 폭력적인 추방 기구에 감시 없는 백지 수표를 쥐여줬다”고 비난했다.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