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POST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브로맨스, 언제까지 갈 것인가

“IT 우파와 국수주의 우파의 연합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가 2024 11 19일 텍사스 보카치카에서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을 시작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군 외국인 노동자와 비자를 둘러싼 논쟁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이민정책을 두고 분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 인력과 특수 기술 보유자의 미국 취업을 허용하는 H-1B 비자를 두고 트럼프 진영의 두 분파가 벌인 격한 설전은 트럼프에게 누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더 큰 권력 투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테크 거물이자 이민자 출신인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는 비자 제한 완화를 강력히 지지하며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의 전 고문 스티브 배넌은 H-1B 비자 프로그램을철저한 사기극이라고 혹평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이 논란은 단순한 이념 충돌을 넘어선다. 이민자를 미국의 일자리와 문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우파 국수주의자와 세계 인재 영입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창하는 빅테크 기업의 대립은 결국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다.

정치 평론가 알리 브릴랜드는 “IT 우파와 국수주의 우파의 연합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진단했다. 그 시험대가 1 20일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찾아온 것이다.

마가의 분열

2024
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진보파와 중도파로 양분되고 있는 것처럼 마가 진영도 트럼프의 대표 공약이었던 이민정책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머스크로 대변되는 실리콘밸리 IT 업계의 입장은 명확하다. 테크 인재 확보를 위해 전문인력 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례 없는 요구가 아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도 미국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위를 취득한 이들에게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H-1B 비자 확대가 ‘기득권 세력의 요구라는 사실이 마가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주의 혁명과는 배치되는 롬니의 정책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첫 임기에서는 H-1B 비자 제한을 역설했던 트럼프 본인의 입장마저 일변했다.

2016
년 트럼프는 H-1B 노동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저임금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 대규모 인력 유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례 없는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최근 발언이 머스크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마가 국수주의자 사이에서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머스크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에게 머스크의 이민 정책 제안은 이런 우려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가 국수주의자의 입지가 약화되고 머스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양상은 트럼프 1기 정책 기조로부터의 이탈을 시사한다. 이러한 노선 변화가 이민정책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마르아라고의 트럼프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 심각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강경 우파의 우려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저택에서 하루 2,000달러짜리 객실을 차지하고 있는 머스크의 존재를 넘어선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와 애플의 팀 쿡은 11월 선거 이후 트럼프와 연이어 회동을 가졌고 내각 구성과 취임 100일 어젠다 설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타는 심지어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파격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영국의 전 부총리이자 중도 좌파 자유민주당의 전 대표였던 닉 클레그를 글로벌 정책 수장 자리에서 경질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신인 조엘 캐플런을 전격 발탁한 것이다.

테크 거물 대 국수주의자의 대립

실리콘밸리와 트럼프의 반이민 국수주의자들의 동맹 관계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고 그 균열 조짐이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의 신임을 얻고 있는 머스크와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의 취임 이후에도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 다수가 지적하듯 트럼프는 이념보다는 실리를 중시하고 확고한 신념보다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강하다.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브로맨스 성격 차이나 정책적 견해 차이로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민정책에서 트럼프는 마가 국수주의자와 빅테크 최고경영자 사이에서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 국경장벽 재건을 통해 강력한 이민 단속을 요구하는 마가 국수주의자를 달래는 동시에 캘리포니아공대나 MIT 같은 명문대 출신 외국인 인재의 이민 경로를 확대함으로써 빅테크 수장들의 환심을 살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진정한 충돌 지점은 이민정책이 아닌 초세계화에 맞서는 트럼프의 포퓰리즘 기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이민은 그의 광범위한 정책 구상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가 국수주의 우파 내에는 고삐 풀린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회의론이 팽배해 있다. 이는 미국의 전체 수입품에 10-20%,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을 진정으로 자극할 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국 경제를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일이다.

비자 발급 규모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과,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급망을 교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H-1B
비자를 둘러싼 논쟁이 현재는 중대해 보일 수 있으나 미국이 경제적 보호무역주의로 더욱 후퇴할 것인가를 둘러싼 거시적 논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전문인력 비자 문제로도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머스크의 발언을 고려하면 더 큰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빅테크 거물들이 어떤 강경 대응을 보일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출처: 민중의 소리